괴물성: 시각 문화에서의 인간 괴물Monstrosity: The Human Monster in Visual Culture

괴물성: 시각 문화에서의 인간 괴물_앞, 등, 뒤

『괴물성』은 고대의 ‘기괴한 종족’부터 현대의 ‘범죄 괴물’까지 인간의 상상 속에 존재해 온 ‘괴물’ 혹은 ‘기괴한 존재’들이 시각 이미지를 통해 재현되어 온 역사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시각 문화의 역사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이 ‘괴물’이라는 문화적 존재를 거치며 어떻게 굴절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발굽이 있거나, 가슴에 이목구비가 달렸거나, 동물의 머리를 하고 있는 등 기묘한 모습의 인물들이 잔뜩 그려진 한 그림이 있다. 〈세계의 기괴한 종족들The Monstrous Races of the World〉(c.1172)이라는 제목의 이 오래된 그림에 매료되어 ‘괴물’로 불렸던 자들, 즉 ‘인간 괴물human monster’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알렉사 라이트는 이러한 존재들이 시각적으로 ‘다름’, 혹은 ‘타자성otherness’을 구현하는 방식에 연구의 초점을 맞춘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의 비정상적이고 관습을 거스르는 몸은 인간 괴물이 지닌 주요한 역사적 목적을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정체성으로 용인될 수 있는 특질을 구성하는 문제를 탐구하기 위한 실재적인 장(場)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례로, 기괴한 종족들에 대한 가장 초기의 기록은 기원전 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특히 중세 시대에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그들의 뒤죽박죽한 몸은 초기 서양 여행자들이 이국의 여러 지역에서 낯선 관습과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만났을 때 겪었던 호기심과 혼란에 대한 시각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

Jean Bourdichon, ‘The Wild Condition’, c.1500 (© L’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 arts, Paris)

저자는 ‘기괴한 종족들’에서 점차 연구 대상을 확장해 나가면서, 이 인간 괴물이 매우 광범위한 정치적·이론적 의미를 함축하며 다학제적인 주제라는 점을 확인한다. 그것은 괴물성monstrosity, 기괴한 것the monstrous이라는 개념과 더불어 생물학, 생리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부터 범죄학, 법학, 역사학, 지리학, 철학, 시각 문화,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탐구 분야에 걸쳐있는 주제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다양한 출처의 자료를 자유롭게 참조하는 가운데 각 시대마다 인간 괴물에 대한 재현이 이루어진 방식과 맥락을 살핀다.

『괴물성』은 다양한 학문적 맥락을 참조하지만, 특히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저작들을 이론적 근간으로 삼고 있다. 푸코는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1974년부터 1975년 사이 진행한 「비정상적인 것The Abnormal」, 그리고 1978년 ‘위험한 개인The Dangerous Individual’에 대한 강의에서 괴물성의 전환―형태적 괴물에서 행동적 괴물로의 역사적 전환―을 서술하는데, 이는 저자가 인간 괴물들이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타자성을 분석하는 데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또 다른 핵심 텍스트는 푸코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지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생명과학 역사가인 조르주 캉길렘Georges Canguilhem이 1962년 브뤼셀에서 강의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 「괴물성과 기괴한 것Monstrosity and the Monstrous」이다.

The Monster of Ravenna from a German broadside of 1506 (Bayerische Staatsbibliothek München, Einbl. VIII,18)

『괴물성』의 각 장은 인간 괴물과 관련된 역사적 사례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기괴한 종족들’에서 시작하여 현대의 대량 살인자 아네르스 브레이비크Anders Breivik로 끝나는데, 이는 연대순인 동시에 이 인간 괴물들이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인정되는 자격이 박탈되는 정도가 점점 적어지는 궤적을 따른다. 저자는 각 시대마다 등장한 인간 괴물의 모습을 사회적 ‘규범’을 교란하거나, 인간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특히 이 역사적 사례 연구를 과거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증거를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문제를 일으킨 맥락과 조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활용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괴물성의 형태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우리의 사회·도덕적 가치에 따라 달라지더라도, 그것의 사회적 기능, 즉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정상인’의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한 타자로서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 삽화 목록
  • 감사의 말
  • 서문
  • 1 | 세상의 끝에 있는 기괴한 이방인들: 기괴한 종족
  • 2 | 자연과 문화의 경계를 허물다: 야생인과 야생아
  • 3 | 신체와 사회의 질서: 그리스적 이상, 〈라벤나의 괴물〉, 그리고 골상학
  • 4 | 가까운 곳의 괴물: 프릭과 비정상의 스펙터클
  • 5 | 기괴한 대상: ‘코끼리맨’ 조셉 메릭에 대한 재현
  • 6 | 악의 기괴한 이미지: 잭 더 리퍼와 마이라 힌들리를 사진에 담다
  • 7 | 현대의 괴물과 정상성의 이미지: 테드 번디와 아네르스 브레이비크
  • 저자 후기
  • 참고 문헌 및 더 읽을 거리
  • 색인

알렉사 라이트는 웨스트민스터대학교University of Westminster의 시각 문화 분야 교수다. 또한 비디오, 사운드 및 인터랙티브 디지털 미디어로 작업하는 시각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혜원은 현재 미술관에서 전시를 만들고, 번역을 하며 글을 쓴다. 《모던 그로테스크 타임스》(2021, space xx)의 기획자이며 범고래출판사를 운영한다. 미술관에 오기 전에는 동시대 미술에서 ‘장소 특정성’ 개념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연구로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국제협력단 본부 및 탄자니아 주재원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최근 참여한 전시로는 《호민과 재환》(2021, 서울시립미술관), 《컬렉션_오픈 해킹 채굴》(2021, 서울시립미술관), 《호랑이는 살아있다》(2020, 코리아나미술관) 등이 있다.

한아임은 아무 데에도 아무 때에도 있었던 적 없는 세상, 그리고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세상 사이의 해석자다. 원래도 괴란하고 괴이하고 괴상하며 해석함 직하다고 여기는 것도 여러모로 괴하다. 이런 성향은 번역으로 나타날 때도 있고,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뭐 하고 사나, 뭘 쓰고 뭘 번역했나 궁금하면 여기로. (https://hanaim.imaginariumkim.com/)